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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동국대경주병원을 이탈했던 교수 4명이 다시 복귀했다. 지방의료 공백이 심화하는 가운데 새로 임용된 전문의 수 역시 늘었다. 녹록지 않은 경영상황에 수십억의 의료장비 구매와 신규 센터 개소 등도 속속 감행하고 있다. 중환자실 병실은 2배 가까이 증설하고 전체 병상도 획기적으로 늘린다. 모두 1년 만에 일어난 변화다.
정주호 동국대경주병원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18명의 전문의를 영입하며 양적·질적 의료진 교체를 이뤘고, 최첨단 의료장비를 연달아 도입하고 전문센터를 개소하는 등 병원의 본질인 진료 기능 강화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의료인력 충원은 가장 눈에 띈다. 우선 104명이었던 전문의가 2024년 3월 기준 107명(레지던트 포함·인턴 제외)으로 늘었다. 지방병원 의사 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얻은 결과라 주목된다. 최연악, 김도균, 윤형근 등 저명한 교수를 포함 전문의 18명을 신규 임용하며 질적 성장도 꾀했다. 충원된 진료과도 산부인과·안과·응급·직업·핵·소화기·신장·혈액종양·내과·마취·방사선종양학과로 다양하다. 더욱 특기할 부분은 정주호 병원장 취임 이후 경주병원을 이탈했던 교수진이 복귀하고 있다는 점이다. 11년 전 퇴사했던 교수부터 1년 6개월 전 이직했던 교수까지 총 4명의 교원이 최근 경주병원으로 복귀했다. 대학병원 교수가 한번 떠난 병원에 다시 복직하는 경우는 드물다. 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 교수가 한번 나왔던 병원에 다시 돌아가는 건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최근 뇌졸중으로 경주병원에 입원한 적 있다는 70대 환자는 “최근 병원 시설 등이 변화하는 게 체감된다”며 “일부 과는 잘한다는 소문에 타지 환자가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근래 경주병원에 다시 복귀한 의료진은 “원래 알던 병원 모습과 너무 많이 달라져서 놀랐다”고 밝혔다.
인력 외에도 병원에는 1년간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변화의 시작은 작년 6월 산부인과 복강경센터 개소다. 곧이어 중환자실도 기존 22병상에서 29병상으로 증설했다. 최종 39병상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방침. 정주호 병원장은 “내년 복수의 음압 격리 병상 등이 추가되면 중환자실 병상은 최종적으로 39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첨단 의료기기 도입에도 공을 들였다. ▲선형가속기 65.9억 ▲PET-CT 40.5억 ▲3D/2D 복강경시스템 5.6억 ▲수술실 증축 관련 마취기 2.3억 ▲복강경센터 초음파영상진단기 2.1억 ▲수술실 증축 관련 Ceiling pendant 2억 등 17개의 고가 의료장비를 병원에 새로 식립했다.
방사선 및 핵의학 투자도 집중 단행했다. CT 시뮬레이터와 함께 전국 최초 아이덴티파이 v3.0 및 방사선 암치료기 바이탈빔(Vital Beam)을 도입했으며, 최신 PET-CT도 핵의학과에 탑재했다. 이를 통해 일반 방사선치료뿐만 아니라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 호흡연동방사선치료(RGRT), 정위적방사선수술(SRS, SBRT) 등 정교한 특수 방사선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Varian의 아이덴티파이 3.0버전은 마커리스 방식의 표면유도방사선치료(Surface Guided Radiation Therapy; SGRT)시스템이다. 환자 몸에 방사선치료 기준선을 표시할 필요가 없고 DIBH(Deep Inspiration Breath Hold) 시에도 호흡 진폭을 정확하게 표현한다. 암 환자 진단 및 치료 등에 효과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보건복지부 공모 지역책임의료기관에도 3월 27일 선정됐다. 지역거점의료기관 역할에도 한층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권역·지역별로 운영되는 책임의료기관은 응급의료 등 지역 필수의료 연계·협력을 주도하고 일정액의 예산 또한 지원받는다. 경주병원이 여러 공공사업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지표상 성과도 적지 않다. 먼저, 각종 병원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행하는 ▲치매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정신건강 입원 ▲폐렴 ▲결핵 적정성 평가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병원이 위탁·운영하는 경북 광역치매센터는 전국 1위에 올랐으며, 지역거점의료기관으로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경상북도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 경상북도 정신건강복지센터,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 수행 기관), 심폐소생술 교육센터도 운영 중이다.
▶권역응급 지정부터 500병상 등 향후 계획
공격적인 행보는 지속될 방침이다. 특히 병원 본질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병원장은 “병원 외관을 바꾸는 게 홍보효과는 크겠지만, 우리 병원이 있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안에 조치가 필요한 심혈관, 뇌혈관, 중증외상 3가지”라며 내실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환자실 병실 확충, 진단 및 치료에 필요한 각종 의료기기 구비와 더불어 의료인력 영입도 일부 완료한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수술실 증설을 추진한다. 완공 시점은 5월이다. 기존 수술실 대비 31% 확장된 수술실을 갖추게 된다. 정 병원장은 “로봇 수술 등을 위해 2개의 초대형 수술실이 필요하다. 5월에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대형 수술실은 산부인과와 비뇨 등 로봇 수술 밀접 진료과 위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적으로는 권역응급의료센터(중증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추진한다. 정 병원장은 “정부에서 중증응급의료기관(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위해 시범사업을 시행하는데, 선정될 수 있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병상 확충을 계획 중이다. 현재 332개인 병상을 500병상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구체적 청사진은 올 하반기쯤 마련되며, 병원이 사용할 수 있는 유휴부지는 8만3317㎡(대지면적) 수준이다. 병동을 늘리기 위한 부지는 갖춘 셈이다.
정주호 병원장은 “취임 전 굉장히 역량 있고 열심히 하던 동료들이 병원을 떠나는 걸 지켜봐왔다”며 “지난 1년간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고, 모든 임상과가 각기 발전하고 서로 자극이 되는 기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지역 유일의 대학병원인 만큼 지역민이 믿고 찾는 병원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